본문 바로가기
삶은 잡담

냥이와 댕댕이의 비애~? 아니, 우리 엄빠의 진짜 비애!

by life365 2025. 11. 26.
반응형

 

요즘 결혼 시즌을 맞아 주변에 기쁜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기쁜 소식만 있는 게 아니다. 결혼식장에서는 꽃다발이 날아가지만, 집에서는 사료 포대가 날아오고, 신혼여행 가방 대신 여러 마리의 냥이·댕댕이 짐이 끌려 들어오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딸과 아들이 키우던 반려동물이 ‘엄빠 집으로 이사 오는 사건 때문이다.

 

고양이 좋아하는 딸 + 강아지 좋아하는 사위

우리 딸은 냥이를 키웠다.

 

그 사위는 댕댕이를 키웠다.

 

둘이 견묘지간이 아닌 불꽃 튀는 연애를 하더니 결혼을 하게 됐다.


여기까진 좋다. 아주 좋아!

 

문제는 곧 태어날 아기였다.

 

“갓난아기한테 고양이 털, 개 털 다 안 좋대!”

“애기 기관지 약하면 큰일 난다더라!”

 

누구냐. 누가 이런 말을 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우리 딸·사위 커플의 눈동자가 서서히 우리를 향했다.

그 눈빛은 마치…

"엄빠, 우리 믿죠?" 하는 느낌.

 

그리고 며칠 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캐리어 두 개가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고양이 용품 캐리어 1, 강아지 용품 캐리어 1.

 

그리고 딸의 한마디.

“엄마 아빠~ 잠깐만... 잠깐만 맡아줘. 애기 좀 클 때까지만~”

 

잠깐?

그래 이 '잠깐'이란 단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퇴직 후의 여행? 그런 건 냥이와 댕댕이의 환상이겠지!!

퇴직하면 뭐 할 줄 알았냐고?

 

우리 계획은 분명했다.

  • 제주 살짝 다녀오고
  • 강릉에서 커피 한잔하고
  • 가평에서 바베큐 좀 구워 먹고
  • 배낭 메고 동남아 한 번 떠나고

그런데…

 

우리는 지금 외출이라도 하려면 냥이 밥, 댕댕이 산책, 배변패드·모래 상태를 체크하며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이게 무슨 외출이고 여행이냐.

이건 그냥 야근 없는 직장이다.

 

날이 밝자마자 고양이는 문 앞에서 밥 달라고 울고불고,

강아지는 내 뒤를 따라다니고,

패드 안밖으로는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아주아주 기막힌 상태가 보이고...

 

그러다가 냥이와 댕댕이 사료 포장지와 간식을 보면  있는 가격 보면 다시 그자얼어붙는다.

 

엄빠의 비애 - 우리집 카드 내역에는 '냥이',  '펫'이 더 많이 보인다!!

카드를 열어보면, 나란히 찍혀 있는 기가 막힌 내역들

  • 고양이 모래 18kg
  • 강아지 패드 200매
  • 간식 (사료보다 비싼 거 왜 이렇게 많아?)
  • 캣타워 쿠션
  • 개껌 3종 세트
  • 이동식 하우스
  • 영양제 (나보다 비싼 거 먹음)

 

 

엄마의 소비패턴이 바뀌었다.

과거엔 화장품, 옷, 간식거리로 채워진 내역이

지금은 고양이 모래와 강아지 패드로 도배되어 있다.

 

카드값을 보며 한숨을 쉬는데, 옆에서 고양이가 내 손등을 툭툭 친다.

"왜, 밥 떨어졌어?"

 

아빠의 비애 - 개산책은 나의 직무?

아빠는 댕댕이 전담!

호칭도 바뀌었다.

이제 댕댕이가 아빠를 “산책 요원 1호”라고 부르는 것 같다.

 

아침 7시.

“아빠... 산책... 가자…”

눈도 덜 뜬 댕댕이가 아빠 배 위로 뛰어오른다.

 

아빠는 일어나서 말한다.

“아휴… 퇴직하고 더 바빠.”

 

저녁이 되면?

산책 2차전이다.

옆집 강아지들과 사회생활도 시켜야 한다나...

엄마는 말한다.


“여보, 당신 요즘 사람보다 개 친구가 더 많아.”

 

딸과 사위의 반응

딸과 사위는 주말마다 온다.

물론 목적은 하나.

냥이 팻 보러?

그 전에 "우리 냥냥이랑 댕댕이 어때?”부터 묻는다.

 

얘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 아기도 보고 싶다…

근데 집에 오자마자 동물부터 찾는 건 뭐냐.

 

고양이는 딸 품에 폭 안기고,

강아지는 사위한테 꼬리를 흔든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엄마 아빠가 키우니까 애들이 더 건강해졌네~!”

 

그래 건강해졌지…

사료, 간식, 영양제 풀코스에 산책 풀옵션인데

안 건강해지면 이상한 거다.

 

이게 비애인가, 행복인가

우리의 여행 계획은 사라졌다.

카드값은 늘어났다.

휴식 시간은 감소했다.

 

 

대신에…

아침에 고양이가 내 배 위에 누워 있고,

강아지가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반겨준다.

 

이 두 녀석이 우리 눈을 빤히 보며 말하는거 같다.

“오늘도 고생해, 할마… 할빠…”

 

어쩌겠나.
이미 마음을 빼앗긴거 같으니.
이게 비애인가, 행복인가!

 

딸과 사위야, 우리도 애들 키우느라 힘들다.

 

근데 너희가 맡긴 애는 털도 많고, 사료도 비싸고, 감정표현도 화끈하다.

그러니까…

 

사료값 반반하자! 제발!

 

반응형